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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한컷 내 눈엔 캔디

  • 미긍주혜 일러스트레이터
  • 등록일 2020-12-30
  • 조회수335

이음한컷

 

내 눈엔 캔디

미긍주혜 일러스트레이터

내 눈엔 캔디, 변함없이 아름다운 당신은 나만의 달콤한 캔디입니다.

– 어느 노인 요양병원에서

“자녀들이랑 간병인이 있는데도 할아버지가 직접 물수건을 깨끗이 빨아서 할머니의 등이랑 몸을 싹싹 닦아주셨지. 그것도 매일. 의사 표현도 전혀 안 되고 눈을 떠도 의식이 없으신데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예뻐서 어쩔 줄 몰라 하셔.”

병원 상황을 묻는 내게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왕이 말했다.

2012년 두 번째 사고로 오랜 기간 치료받던 재활병원이 요즘 대세인 노인 요양병원으로 바뀌었고 그곳 과장이 된 마왕과 언니 동생 사이로 친해졌다. 우린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병원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한참을 못 보다가 간만에 그녀를 만났다.

“면회를 올 때면 할아버지는 밝은 베이지색 면바지에 체크 남방을 구김 없이 말끔히 갖춰 입고 오셨지. 그것도 ○○아파트에서 이곳까지 걸어오셨어.” “아… 그 아파트라면 병원에서 꽤 먼 거린데 이곳까지 매일 걸어오셨다고?”

마왕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예쁘다고 칭찬하는지 이유를 도통 모르겠더라고 덧붙였다. 사실 할머니는 여러 질환으로 몸이 많이 부은 상태여서 과거의 예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할머니처럼 의식이 없는 환자들은 욕창이 생기기에 십상이라 몸을 계속 돌려가며 눕혀야 한다.

할머니가 입원한 지도 어느새 2년을 넘겼고 열정적으로 병원에 출석하던 할아버지의 방문이 끊기게 된 건 역시나 코로나19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마왕의 일거리가 하나 늘었으니 아침마다 병실을 돌며 보호자와 환자를 영상통화로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할아버지가 기다리시니까 어서 예쁜 얼굴 보여주세요.”

할머니 침상 곁에서 핸드폰을 내밀며 그 말을 건네면 의식 없이 누워 계시던 할머니가 조금씩 달라진다. 먼저 표정이 미세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발그레한 웃음이 살짝 감돈다. 사실 마왕이 그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땐 할머니의 컨디션이 좋으신가 보다 했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다. 그 표정은 할아버지와 영상으로 마주할 때면 반복된다는 걸. 물론 할머니가 그 어떤 말과 행동으로 표현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동영상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핑크빛 생기가 감돈다고. 그제야 마왕도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단다.

할아버지에게는 할머니의 아름다움을 보는 마음의 눈이 뜨여 있다는 걸. 서로에게만 아주 달콤한 캔디처럼.

두 분의 건강한 재회를 기도합니다!

미긍주혜

글을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2019년 미술심리상담 1급을 수료했으며, 장애 이해 교육 그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로 뇌손상을 입어 아이 지능이 되었고 시각장애와 마비되는 오른손, 다리뼈 탈골까지 이어지는 복합 장애인이 되었다. 장애를 가지게 된 후 시작한 그림으로 이제는 다른 어려운 이들의 아픔까지 위로하며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아름다운 긍정으로 여는 ‘미긍 세상’을 꿈꾸며.
xmas222@naver.com

2020. 12월 (16호)

상세내용

이음한컷

 

내 눈엔 캔디

미긍주혜 일러스트레이터

내 눈엔 캔디, 변함없이 아름다운 당신은 나만의 달콤한 캔디입니다.

– 어느 노인 요양병원에서

“자녀들이랑 간병인이 있는데도 할아버지가 직접 물수건을 깨끗이 빨아서 할머니의 등이랑 몸을 싹싹 닦아주셨지. 그것도 매일. 의사 표현도 전혀 안 되고 눈을 떠도 의식이 없으신데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예뻐서 어쩔 줄 몰라 하셔.”

병원 상황을 묻는 내게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왕이 말했다.

2012년 두 번째 사고로 오랜 기간 치료받던 재활병원이 요즘 대세인 노인 요양병원으로 바뀌었고 그곳 과장이 된 마왕과 언니 동생 사이로 친해졌다. 우린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병원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한참을 못 보다가 간만에 그녀를 만났다.

“면회를 올 때면 할아버지는 밝은 베이지색 면바지에 체크 남방을 구김 없이 말끔히 갖춰 입고 오셨지. 그것도 ○○아파트에서 이곳까지 걸어오셨어.” “아… 그 아파트라면 병원에서 꽤 먼 거린데 이곳까지 매일 걸어오셨다고?”

마왕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예쁘다고 칭찬하는지 이유를 도통 모르겠더라고 덧붙였다. 사실 할머니는 여러 질환으로 몸이 많이 부은 상태여서 과거의 예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할머니처럼 의식이 없는 환자들은 욕창이 생기기에 십상이라 몸을 계속 돌려가며 눕혀야 한다.

할머니가 입원한 지도 어느새 2년을 넘겼고 열정적으로 병원에 출석하던 할아버지의 방문이 끊기게 된 건 역시나 코로나19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마왕의 일거리가 하나 늘었으니 아침마다 병실을 돌며 보호자와 환자를 영상통화로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할아버지가 기다리시니까 어서 예쁜 얼굴 보여주세요.”

할머니 침상 곁에서 핸드폰을 내밀며 그 말을 건네면 의식 없이 누워 계시던 할머니가 조금씩 달라진다. 먼저 표정이 미세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발그레한 웃음이 살짝 감돈다. 사실 마왕이 그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땐 할머니의 컨디션이 좋으신가 보다 했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다. 그 표정은 할아버지와 영상으로 마주할 때면 반복된다는 걸. 물론 할머니가 그 어떤 말과 행동으로 표현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동영상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핑크빛 생기가 감돈다고. 그제야 마왕도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단다.

할아버지에게는 할머니의 아름다움을 보는 마음의 눈이 뜨여 있다는 걸. 서로에게만 아주 달콤한 캔디처럼.

두 분의 건강한 재회를 기도합니다!

미긍주혜

글을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2019년 미술심리상담 1급을 수료했으며, 장애 이해 교육 그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로 뇌손상을 입어 아이 지능이 되었고 시각장애와 마비되는 오른손, 다리뼈 탈골까지 이어지는 복합 장애인이 되었다. 장애를 가지게 된 후 시작한 그림으로 이제는 다른 어려운 이들의 아픔까지 위로하며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아름다운 긍정으로 여는 ‘미긍 세상’을 꿈꾸며.
xmas222@naver.com

2020. 12월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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