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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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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땀띠

인터뷰 ‘땀’으로 이어온 소리의 ‘띠’

  • 송현민 음악평론가
  • 등록일 2020-12-30
  • 조회수155

인터뷰

사물놀이 땀띠

‘땀’으로 이어온 소리의 ‘띠’

송현민 음악평론가

이름이 ‘땀띠’다. 땀띠 나도록 열심히 해보자며 지은 이름이란다. 세종시 연동초등학교 초청 공연을 준비 중인 그들과 연습실에서 만난 날이다. 악수가 아닌 ‘주먹 인사’를 나누어도, 장구채와 북채를 쥐었던 손에서 열기가 후끈 느껴진다.

2003년,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이 꽹과리·장고·북·징을 들고 모였다. 사물놀이를 통한 음악치료 모임이었는데, 그 만남이 땀띠의 태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전국의 경연대회에 참가하며 수상과 함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리스(2011), 일본(2012), 뉴질랜드(2018) 공연도 다녀왔다. 다섯 명으로 시작한 땀띠는 멤버 교체 없이 고태욱, 박준호, 이석현, 조형곤이 현재 활동 중이다. 연간 평균 공연 횟수는 20~30회, 많은 해는 40회를 웃돈다.

관현맹인전통예술단과 땀띠는 장애인예술단체라는 것을 넘어 모범이 되는 단체들이다. 두 단체 모두 ‘장애’라는 편견과 맞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무대에 풀어놓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도 부단히 단련한 개개인의 예술성과 노력을 보여주는 게 전자라면, 땀띠는 사물놀이를 바탕으로 새로 만든 음악과 드라마를 엮어 편견과 맞선다.

노력의 땀방울과 함께, 날개를 달다

송경근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땀띠의 어머니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저는 ‘헌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훌쩍 커버린 자녀의 몸이 힘에 부쳐 발을 잘못 디뎌 넘어져도 가장 먼저 일어나 아들을 살펴보는 어머니셨습니다. 아들들이 기뻐하면 어머니들도 기뻐하셨죠.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 땀띠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사실, 이 인터뷰는 저와 땀띠가 아닌 그들을 키운 어머니들을 해야 하는 건데…. 힘겹게 아들을 키우고 공연을 준비하는 매번의 과정이 당신들에게는 ‘도약’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주년 공연 제목 <땀띠 날다>는 땀띠의 어머니들이 지은 이름이었다. 10주년 공연 후 땀띠의 도약은 눈에 띄었다. 창작력을 겸한 공명의 멤버들이 땀띠만의 성격을 파악해 작곡한 곡들을 내놓았다. 땀띠의 곳간에는 다양한 음악이 쌓여갔다. 2014년 전통 사물놀이에서 탈피하여 <동화와 함께하는 연주회> 등 다양한 기획과 드라마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였고, 2015년 공명과 함께 <땀띠 공명과 함께 날다>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송경근의 시선과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송경근 땀띠와 처음 만나 창작곡을 가르치던 때였어요. 개개인이 지닌 장애의 유형과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일단 형곤 씨한테 가장 쉬운 악기부터 가르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결국 제가 먼저 포기했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만났는데 너무 좋아져 있었어요. 먼저 포기한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포기, 배려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송경근 음악감독

땀띠 풍경 #1 땀띠를 소개합니다

필자가 준비한 질문 사이로 막내 이석현이 대화의 다리를 놓는다. 그런데 필자가 소통하는 방식과 땀띠 멤버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가장 인상에 남는 곡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부터 답변이 나오기까지는 여러 번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이석현이 “형곤이 형, 어느 곡을 할 때 가장 기뻐?”라고 바꿔 물으니 바로 답변이 나온다. “당연히 설장고지!” “설장고?” “좋지!” “형이 가장 멋있어 보이니깐?” “그렇지!”

현재 이화여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근무 중인 박준호(31)는 땀띠의 맏형이다. 다섯 살 때부터 여러 악기를 배워온 그는 장구와 북을 비롯해 리코더, 심벌즈, 밤드럼, 카혼, 공 등을 맡고 있다. 멤버들에게 1인 다역은 기본이다. 여러 악기는 그들의 ‘날개’를 이루는 깃털과도 같기 때문이다. 조형곤(30)은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멤버 중 웃음이 많고 흥이 넘친다. 공연 마지막에 상모를 돌리며 분위기를 띄우고 대미를 장식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고태욱(29)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를 졸업했다. 바리스타인 그는 2018년부터 홍제동 카페에서 일하다가 올해 SK사옥에 위치한 커피집에서 근무 중이다. 막내 이석현(28)은 SK텔레콤에서 마케팅을 담당한다. 그전에는 KBS 12시 뉴스의 ‘생활 뉴스’에서 앵커로 활동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고태욱, 박준호, 이석현, 조형곤

땀띠 풍경 #2 눈앞에 모이는 세상 악기들과 음악들

이석현 제가 지닌 장애가 뇌병변이에요.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다리에만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꽹과리를 치는 이유가 오른손으로 채를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손을 오므려 채를 잡기만 해도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다는 게 감사했어요.

그런데도 멤버들은 꽹과리·장구·북·징은 물론 리코더·디저리두·멜로디언·죽훈 같은 관악기들을 배워 나갔다. 다루는 악기가 늘어날수록 땀띠만의 레퍼토리도 다양해졌다. 그중 멤버들이 꼽은 최고의 곡, 아니 그들의 표현으로 “가장 즐거운 곡”은 <삼도사물놀이>이다. 멤버들은 ‘땀띠 삼도’라 부른다.

이석현 <삼도사물놀이>는 처음 악기를 잡고 마음을 맞춘 곡으로 가장 오랜 시간이 배어 있는 곡이에요. 이제는 땀띠가 오르는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 되었죠.

공명의 임용주가 작곡한 <봄소리>는 공명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대나무 악기 ‘공명’으로 연주하는 곡으로 멤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또 다른 공명 멤버 강선일이 삼도풍물가락을 토대로 작곡한 <매우 쳐라>는 징을 잡는 조형곤이 꼽은 곡이다. 고태욱은 리코더의 맑은 음색과 ‘공명’ 악기의 유쾌함이 잘 드러나는 <휘모리>를 좋아한다.

멤버들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으니 이석현이 “개인적인 일과 땀띠의 활동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한마디로 욕심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모두의 꿈이라고 한다. 해외 공연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한 조형곤은 피지에 가는 게 당장의 꿈이란다. 올해 피지에서 초청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기 때문이다.

땀으로 엮어온 시간과 노력에 귀를 기울여야

날개를 달면서 땀띠도 변했지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도와주는 이들도 변했다. 그중 송경근이 대표적이다. 땀띠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주력하던 음악 활동에 지쳐 있었다.

송경근 공연 후에도 만족감이 없고 즐거움을 찾지 못하던 때였어요. 하지만 땀띠와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들을 보면서 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마치 관객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공연을 하던 어제의 그 흔한 박수 소리가 가치 있는 것으로 느끼는 지금처럼 말이죠. 기교적인 연주가 아니어도 땀띠만의 밝은 에너지는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삶과 생각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요.

모이면 즐겁고, 그 시간과 노력으로 빚은 음악을 나누고 싶지만 나아갈 길은 멀다.

이석현 편견과 맞서며 어렵게 걸어온 길이지만, 앞으로도 많은 편견의 시선과 정중한 거절이 놓여있음을 알아요. 희망을 말하고 싶지만, 정작 그 모습을 보여줄 무대와 공연 기회가 우리에게 잘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음악은 물론 살림까지 안팎으로 도와온 송경근은 땀띠가 봉사와 미덕으로만 치장된 대가가 아닌 예술가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송경근 땀띠 멤버는 사실 8명이에요. 무대 위 4명의 멤버와 그 뒤를 돌봐주시는 4명의 어머니.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함께 하는데, 그 대가는 1~2명에 해당합니다.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단체도 땀띠만큼의 시간을 함께하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땀띠만큼 변화와 지속을 동시에 추구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땀띠의 땀과 흔적은 장애·비장애의 구분을 넘어 예술가와 단체들에 귀감이 된다. 땀띠 나도록 땀으로 엮어온 그들의 소리와 여정에, 편견을 넘어 우리가 귀를 더욱 기울일 시간이다.

  • 사물놀이 땀띠 창단 15주년 기념 연주회 <지금 우리 이곳에>

  • ‘한화 찾아가는 예술교실’ 금호중학교 공연

사물놀이 땀띠

단원 고태욱·박준호·이석현·조형곤 | 음악감독 송경근

2003년 2월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다섯 명이 모여 출발한 땀띠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안에 모여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쳐왔다. 2008년 땀띠 창단 기념연주회 〈신명난 땀띠 세상을 두드려라〉부터 2019년 〈길을 찾다〉까지 총 9회의 연주회를 개최하였으며, 강원도 평창스페셜올림픽 오프닝 공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신년음악회 KBS교향악단 협연 등 다양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1회 전국장애인풍물경연대회 대상(2004), 제3회 장애인문화혁신대회 연주부문 최우수상(2008) 외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사물놀이 땀띠 네이버TV tv.naver.com/ttamtti

송현민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편집장.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 하는 사람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bstsong@naver.com

 

영상.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공연사진 제공.사물놀이 땀띠

2020. 12월 (16호)

상세내용

인터뷰

사물놀이 땀띠

‘땀’으로 이어온 소리의 ‘띠’

송현민 음악평론가

이름이 ‘땀띠’다. 땀띠 나도록 열심히 해보자며 지은 이름이란다. 세종시 연동초등학교 초청 공연을 준비 중인 그들과 연습실에서 만난 날이다. 악수가 아닌 ‘주먹 인사’를 나누어도, 장구채와 북채를 쥐었던 손에서 열기가 후끈 느껴진다.

2003년,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이 꽹과리·장고·북·징을 들고 모였다. 사물놀이를 통한 음악치료 모임이었는데, 그 만남이 땀띠의 태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전국의 경연대회에 참가하며 수상과 함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리스(2011), 일본(2012), 뉴질랜드(2018) 공연도 다녀왔다. 다섯 명으로 시작한 땀띠는 멤버 교체 없이 고태욱, 박준호, 이석현, 조형곤이 현재 활동 중이다. 연간 평균 공연 횟수는 20~30회, 많은 해는 40회를 웃돈다.

관현맹인전통예술단과 땀띠는 장애인예술단체라는 것을 넘어 모범이 되는 단체들이다. 두 단체 모두 ‘장애’라는 편견과 맞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무대에 풀어놓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도 부단히 단련한 개개인의 예술성과 노력을 보여주는 게 전자라면, 땀띠는 사물놀이를 바탕으로 새로 만든 음악과 드라마를 엮어 편견과 맞선다.

노력의 땀방울과 함께, 날개를 달다

송경근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땀띠의 어머니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저는 ‘헌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훌쩍 커버린 자녀의 몸이 힘에 부쳐 발을 잘못 디뎌 넘어져도 가장 먼저 일어나 아들을 살펴보는 어머니셨습니다. 아들들이 기뻐하면 어머니들도 기뻐하셨죠.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 땀띠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사실, 이 인터뷰는 저와 땀띠가 아닌 그들을 키운 어머니들을 해야 하는 건데…. 힘겹게 아들을 키우고 공연을 준비하는 매번의 과정이 당신들에게는 ‘도약’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주년 공연 제목 <땀띠 날다>는 땀띠의 어머니들이 지은 이름이었다. 10주년 공연 후 땀띠의 도약은 눈에 띄었다. 창작력을 겸한 공명의 멤버들이 땀띠만의 성격을 파악해 작곡한 곡들을 내놓았다. 땀띠의 곳간에는 다양한 음악이 쌓여갔다. 2014년 전통 사물놀이에서 탈피하여 <동화와 함께하는 연주회> 등 다양한 기획과 드라마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였고, 2015년 공명과 함께 <땀띠 공명과 함께 날다>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송경근의 시선과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송경근 땀띠와 처음 만나 창작곡을 가르치던 때였어요. 개개인이 지닌 장애의 유형과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일단 형곤 씨한테 가장 쉬운 악기부터 가르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결국 제가 먼저 포기했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만났는데 너무 좋아져 있었어요. 먼저 포기한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포기, 배려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송경근 음악감독

땀띠 풍경 #1 땀띠를 소개합니다

필자가 준비한 질문 사이로 막내 이석현이 대화의 다리를 놓는다. 그런데 필자가 소통하는 방식과 땀띠 멤버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가장 인상에 남는 곡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부터 답변이 나오기까지는 여러 번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이석현이 “형곤이 형, 어느 곡을 할 때 가장 기뻐?”라고 바꿔 물으니 바로 답변이 나온다. “당연히 설장고지!” “설장고?” “좋지!” “형이 가장 멋있어 보이니깐?” “그렇지!”

현재 이화여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근무 중인 박준호(31)는 땀띠의 맏형이다. 다섯 살 때부터 여러 악기를 배워온 그는 장구와 북을 비롯해 리코더, 심벌즈, 밤드럼, 카혼, 공 등을 맡고 있다. 멤버들에게 1인 다역은 기본이다. 여러 악기는 그들의 ‘날개’를 이루는 깃털과도 같기 때문이다. 조형곤(30)은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멤버 중 웃음이 많고 흥이 넘친다. 공연 마지막에 상모를 돌리며 분위기를 띄우고 대미를 장식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고태욱(29)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를 졸업했다. 바리스타인 그는 2018년부터 홍제동 카페에서 일하다가 올해 SK사옥에 위치한 커피집에서 근무 중이다. 막내 이석현(28)은 SK텔레콤에서 마케팅을 담당한다. 그전에는 KBS 12시 뉴스의 ‘생활 뉴스’에서 앵커로 활동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고태욱, 박준호, 이석현, 조형곤

땀띠 풍경 #2 눈앞에 모이는 세상 악기들과 음악들

이석현 제가 지닌 장애가 뇌병변이에요.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다리에만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꽹과리를 치는 이유가 오른손으로 채를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손을 오므려 채를 잡기만 해도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다는 게 감사했어요.

그런데도 멤버들은 꽹과리·장구·북·징은 물론 리코더·디저리두·멜로디언·죽훈 같은 관악기들을 배워 나갔다. 다루는 악기가 늘어날수록 땀띠만의 레퍼토리도 다양해졌다. 그중 멤버들이 꼽은 최고의 곡, 아니 그들의 표현으로 “가장 즐거운 곡”은 <삼도사물놀이>이다. 멤버들은 ‘땀띠 삼도’라 부른다.

이석현 <삼도사물놀이>는 처음 악기를 잡고 마음을 맞춘 곡으로 가장 오랜 시간이 배어 있는 곡이에요. 이제는 땀띠가 오르는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 되었죠.

공명의 임용주가 작곡한 <봄소리>는 공명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대나무 악기 ‘공명’으로 연주하는 곡으로 멤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또 다른 공명 멤버 강선일이 삼도풍물가락을 토대로 작곡한 <매우 쳐라>는 징을 잡는 조형곤이 꼽은 곡이다. 고태욱은 리코더의 맑은 음색과 ‘공명’ 악기의 유쾌함이 잘 드러나는 <휘모리>를 좋아한다.

멤버들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으니 이석현이 “개인적인 일과 땀띠의 활동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한마디로 욕심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모두의 꿈이라고 한다. 해외 공연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한 조형곤은 피지에 가는 게 당장의 꿈이란다. 올해 피지에서 초청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기 때문이다.

땀으로 엮어온 시간과 노력에 귀를 기울여야

날개를 달면서 땀띠도 변했지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도와주는 이들도 변했다. 그중 송경근이 대표적이다. 땀띠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주력하던 음악 활동에 지쳐 있었다.

송경근 공연 후에도 만족감이 없고 즐거움을 찾지 못하던 때였어요. 하지만 땀띠와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들을 보면서 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마치 관객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공연을 하던 어제의 그 흔한 박수 소리가 가치 있는 것으로 느끼는 지금처럼 말이죠. 기교적인 연주가 아니어도 땀띠만의 밝은 에너지는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삶과 생각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요.

모이면 즐겁고, 그 시간과 노력으로 빚은 음악을 나누고 싶지만 나아갈 길은 멀다.

이석현 편견과 맞서며 어렵게 걸어온 길이지만, 앞으로도 많은 편견의 시선과 정중한 거절이 놓여있음을 알아요. 희망을 말하고 싶지만, 정작 그 모습을 보여줄 무대와 공연 기회가 우리에게 잘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음악은 물론 살림까지 안팎으로 도와온 송경근은 땀띠가 봉사와 미덕으로만 치장된 대가가 아닌 예술가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송경근 땀띠 멤버는 사실 8명이에요. 무대 위 4명의 멤버와 그 뒤를 돌봐주시는 4명의 어머니.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함께 하는데, 그 대가는 1~2명에 해당합니다.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단체도 땀띠만큼의 시간을 함께하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땀띠만큼 변화와 지속을 동시에 추구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땀띠의 땀과 흔적은 장애·비장애의 구분을 넘어 예술가와 단체들에 귀감이 된다. 땀띠 나도록 땀으로 엮어온 그들의 소리와 여정에, 편견을 넘어 우리가 귀를 더욱 기울일 시간이다.

  • 사물놀이 땀띠 창단 15주년 기념 연주회 <지금 우리 이곳에>

  • ‘한화 찾아가는 예술교실’ 금호중학교 공연

사물놀이 땀띠

단원 고태욱·박준호·이석현·조형곤 | 음악감독 송경근

2003년 2월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다섯 명이 모여 출발한 땀띠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안에 모여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쳐왔다. 2008년 땀띠 창단 기념연주회 〈신명난 땀띠 세상을 두드려라〉부터 2019년 〈길을 찾다〉까지 총 9회의 연주회를 개최하였으며, 강원도 평창스페셜올림픽 오프닝 공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신년음악회 KBS교향악단 협연 등 다양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1회 전국장애인풍물경연대회 대상(2004), 제3회 장애인문화혁신대회 연주부문 최우수상(2008) 외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사물놀이 땀띠 네이버TV tv.naver.com/ttamtti

송현민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편집장.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 하는 사람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bstsong@naver.com

 

영상.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공연사진 제공.사물놀이 땀띠

2020. 12월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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