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라는 한 사람이 하루를 살아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고,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물을 마시고, 기도하고, 글을 쓰고, 목욕하고, 잠이 든다. 그 한 사람은 주위의 사람을 그리워하며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연인을 위한 데이트를 계획하거나, 새로운 가족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또한 작가로서 실험적인 작업을 구상하고, 전시 제목을 짓고,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매번 자기 작업에 대한 글을 새롭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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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작가의 작업 모습
사진. 김성원 -
김현우 작가 작업실에 설치된 그림들
사진. 김성원
햇빛이 투명한 어느 가을날, 우리는 그의 작업실에서 너무 많은 양의 작업과 노트에 정신이 아득하여 길을 잃었다. 한 사람을 어떻게 책 한 권으로 정리해 담아낼 수 있을까.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 매일의 역사와 다층의 내면을 드러내는 무수한 그림과 글 안에서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열고 어디까지 닫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양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품은 이미지의 겹과 텍스트의 파편 사이에서 반복되고 변주되는 패턴을 찾아 나갔다. 작가 고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작업을 선택하여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방식이 혹여나 작가의 깊이와 넓이를 축소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김현우 작가의 켜켜이 쌓인 시간이 작업과 글로 남았듯이 그의 방대한 그림과 글을 만나 헤집고 정리하며 고민했던 우리의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책이 한 권 만들어지기까지 작가뿐 아니라 기획자와 작가의 부모님, 디자이너 간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필요했고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가의 작품을 가장 잘 아는 어머니 김성원 님은 꼼꼼하게 작품을 보관하고 정리하여 보여주셨고, 밝은방은 기획자로서 김현우 작가의 일기, 시, 에세이, 편지, 작가 노트 등의 글을 수차례 읽으며 작품집의 흐름과 분위기를 만들었다. 손들 출판사 방민정 디자이너는 책의 첫 단계인 기획부터 함께 하며 작품 이미지의 배열을 섬세하게 디자인하였다.
이 책의 제목인 『나는 직관적인 노래를 잘 부릅니다』와 목차의 언어적 표현은 작가의 노트에 쓰여 있던 문장, 대화 중의 표현, 작품 제목에서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1부 ‘산책하는 픽셀’에서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자세를 보여주는 일상의 글과 이미지를 묶었고, 2부 ‘나는 직관적인 노래를 잘 부릅니다’에서는 작가 주변 인물들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이 점차 한 사람을 향한 뜨거운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배열하였다. 3부 ‘셋째 딸 우남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도예작업과 마음으로 형상화해낸 가족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펼쳤고, 4부 ‘신작업 시작’에서는 강렬하고 거친 대형 페인팅 작업과 함께 예술에 대한 확고한 태도로서 작가의 작업 소개와 선언의 글을 교차해서 구성하였다. 마지막 5부 ‘3:20, 기도’에서는 매일 3시 20분 정확한 시간에 “아멘!”을 외치는 작가의 기도가 담긴 그림과 글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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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집 제작 과정 중 기획 회의 및 인쇄 모습
사진. 김성원 -
작품집 인쇄 모습
사진. 방민정
작품집 편집을 끝내고 《김현우 작품집 발간기념 작은 전시회》를 1월 13일부터 17일까지 작은 서점 ‘책冊’에서 열었다. 그리고 이제 곧 온·오프라인 서점 발매를 앞두고 있다. 픽셀 작업을 통해 알려진 김현우 작가의 성실하고 따뜻한 내면의 목소리가 작품집 『나는 직관적인 노래를 잘 부릅니다』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도 잘 전해지길 바라며.
글. 김인경(밝은방 공동대표)
어두컴컴한 빛과 깨진 언어를 느리게 실험하는 시각예술 작업자이자,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다양한 예술작업을 시도하며 창작과 소통의 방향을 찾는 창작그룹 밝은방의 운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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